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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댐 월류 시 10만명 긴급 대피ㆍ전국 전력 생산 7% 중단”

건설경제연구원 2021.06.09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 미시행 시 문제점 문건’ 단독 입수

남강댐 붕괴 시 긴급히 대피해야 할 인원만 1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미 댐 붕괴의 선제 조건인 월류(물 넘침)는 이상기후로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지역주민의 ‘무조건’ 반대와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손을 놓은 상황 속 치수능력증대 사업의 ‘골든타임’은 놓칠 위기에 놓였다.

◆댐 붕괴 시 대피인원만 10만명, 전국 전력 7% 생산 차질

8일 [e대한경제]가 입수한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 미시행 시 문제점 문건’에 따르면 댐 붕괴 시 긴급 대피 인원만 10만명으로 집계됐다. 댐 붕괴 시 우려되는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피인원이 10만명으로 추정된 근거는 댐과 맞닿은 하류 부분인 진주시ㆍ함안군ㆍ의령군 지역에 아파트 등 대규모 도심지가 형성된 점을 고려했다. 이는 긴급 대피인원만 예측한 것으로 수해로 인한 이재민은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명 피해 외 2차적 재난도 불가피하다. 댐 붕괴 시 진주시와 사천시에는 생활ㆍ공업ㆍ농업용수 5억7000만톤 공급이 즉시 중단된다. 삼천포와 하동에서 운영 중인 화력발전소 운영도 즉각 중단돼 전력 수급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두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의 양은 전국 전력의 7% 비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이 무산될 땐 불확실한 기상이변 발생 시 급 방류로 댐 운영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급방류를 되풀이하면 하류 지역엔 방류 피해로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도 지속할 예정이다.

남강댐의 유역면적은 2300㎢로 소양강댐에(2700㎢)에 근접하지만, 홍수조절용량은 50%밖에 안 된다. 이른바 접시형 댐으로 유역면적과 비교하면 저수용량이 작아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짧은 시간에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할 수 밖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에선 임시방편으로 홍수 시 예비방류를 통해 홍수조절용량을 추가 확보하고 가화천을 중심으로 방류해 지역 간 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진주시와 의령군 등 본류 지역엔 도심지가 발달해 있는데 본류 중 지류 합류부의 월류 등의 침수로 방류량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가화천 주변의 사천시와 남해군은 가화천 중심 방류로 피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댐 월류, 올해도 발생 가능
국가적 재난이 예상되는 남강댐 붕괴는 시나리오에서 그치지 않고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현재 가능최대홍수량(PMF)을 반영한 남강댐은 댐수위(51.8m)가 댐체(51m)를 넘어섰다. PMF란 특정 위치에서 주어진 지역에서 연중 지정된 기간과 주어진 시간 동안 물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론적 최대강수량이다.

댐 월류란 물이 댐의 수문을 넘치는 현상으로 댐 붕괴의 핵심요인이다. 한국시설안전공단에 따르면 댐 붕괴의 가장 흔한 원인은 월류이며, 이는 댐 붕괴원인의 약 36%를 차지하고 있다. 월류로 인한 붕괴의 약 87%가 제방 댐에서 발생했고, 콘크리트 댐이나 석괴댐의 경우 월류로 인한 붕괴는 24%다.

지난 1988년 남강댐 설계 당시 PMF는 초당 1만5800㎥였지만, 최근 강우상황을 반영해 재산정 한 PMF 값은 1만9975㎥/s로 26.42% 상승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지난 2002년 태풍 루사가 남강댐 인근 지역을 관통했다면 댐 자체가 무너졌을 것”이라며 “이미 PMF가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발생한 바 있다”고 말했다.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이 시급한데도, 진주ㆍ사천 지자체와 지역 어민ㆍ시민단체 등의 격렬한 반대로 사업 추진은 사실상 답보 상태다. 지난 2월 경남도청에선 사천, 남해, 하동 어업인들이 어민 생존권을 확보하라는 집회를 열었다.

진주 사천 시의회는 남강댐 방류량 증대사업 반대결의안을 채택했다. 4월에는 경남 사천지역 55개 시민단체가 ‘남강댐 문제 대응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에 전면 백지화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역 주민은 해마다 반복되는 방류로 인한 해양담수화, 그에 따른 어장 피해 등 방류량 증가에 따른 선 대책을 마련하라는 입장이다.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설득해야 할 관련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여론에 사실상 주민 설득에는 손을 놓고 있다.

이 전문가는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은 단시간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댐의 안전과 국민 생존을 위해서 댐이 무너지지 않도록 미리 안전장치를 확충하는 공사”라며 “물이 방류됐을 때의 피해와 댐이 무너졌을 때의 피해를 고려하면 과연 무엇이 옳은 일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 주민은 무조건 반대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고, 정부는 누구 하나 총대를 메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이란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이란 경남 진주시 판문동 및 내동면 삼계리 일원에 총 사업비 3806억원을 들여 진주시 방면 터널 1개소를 증설하고, 사천시 방면으로는 수문 4문을 증설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홍수 발생 시 댐의 월류와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공사다. 따라서 평상시 홍수조절용량을 높이는 게 아닌, 극한 강우 시에 댐 붕괴 등 재난 상황을 선제로 예방하기 위한 공사다.

이 사업은 2003년 기상이변에 대비, 댐 안전성을 확보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 시작됐다. 이후 다목적댐 12개소는 치수능력증대사업을 모두 완료했는데 유일하게 남강댐만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에선 애초 연말 발주를 목표로 했지만, 이달까지 주민 협의에 진척이 없어, 극적인 타결이 이뤄진다고 해도 빨라야 내년 상반기 발주가 가능하다.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이 정상 추진되면 재난 예방은 물론 경남 일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톡톡한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4000억원에 육박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경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치수사업 추진 시 진주지역에만 연간 약 266억원 규모의 지역경제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이 정상 발주되면 2개 공구 분할 발주가 유력시되는데 2개 공구를 합해 최소 10개 이상의 건설사가 사업에 참여할 전망이다. 특히 경남도에선 지역의무 공동도급 조항을 넣고, 지역 자재 사용 및 지역사 하도급 의무 비율 조건을 넣어 공사의 수혜가 역외로 유출되지 않고 온전히 경남지역에 환원될 수 있도록 조치할 수도 있다.

이번 치수능력증대사업을 통해 남강댐 인근 지역을 관광 명소로 재개발할 여지도 있다. 총 사업비 내 공사 범위에 피항시설, 이설도로 및 교량, 공원 등 주민편의시설 개발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에 하나 남강댐 월류로 인한 붕괴가 발생한다면, 이 재난은 천재가 아닌 인재다. 무려 18년 전부터 사업 추진이 시급하다고 외쳤던 공사며 이미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수주야 어떤 건설사가 되든 상관이 없다. 다만, 추진이 시급한 핵심 인프라 확충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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