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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업가 정신을 살려야 미래가 있다

건설경제연구원 2021.06.16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일본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60년이 넘는 경영인생을 통해서 얻은 지혜를 정리한 책 “왜 리더인가”를 통해서 기업가 정신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서릿발처럼 단단한 리더의 마음은 순식간에 주변에 퍼져 거대한 파장을 일으킨다. 회사는 바로 그 힘으로 성장한다”라며 기업가의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27세에 창업한 교세라를 초일류 전자부품 회사로 키웠고, KDDI를 일본의 2대 통신회사로 성장시켰으며, 파산한 일본항공(JAL)의 경영을 맡아 단기간에 부활시킨 바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산업에 진출하기로 한 것은 고희가 지난 그의 나이 73세 때였다. 세계경제의 흐름과 기술발전을 면밀히 살핀 끝에 내린 고뇌의 결단이었다. 하지만 반도체산업 진출 초기에 막대한 적자가 계속되었고, 반도체 때문에 삼성이 망할 것이라는 우려에다 무모한 일에 도전한다는 비난과 조소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병철 회장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반도체에 쏟아 부었고, 채 성공의 결실을 보기도 전인 77세에 사망한다. 그리고 이렇게 일구어낸 반도체산업은 삼성그룹을 세계적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했으며, 우리 경제의 든든한 대들보이자 국민적 자부심이 되고 있다.

정주영 회장이 500원짜리 지폐에 있던 거북선을 내세워 조선소도 없이 주문을 받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허허벌판에서 조선산업을 일구어냈으며, 오늘날 최고의 기술력으로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음은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이처럼 기업가(企業家, Entrepreneur)란 치열한 도전을 통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산업혁명 이후 수많은 기업들이 등장하여 새로운 혁신을 이루어 냄으로써 인류의 삶을 향상시켜 왔는바, 이를 가능케 한 것이 기업가이고 기업가 정신이다.

따라서 이처럼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뛰어난 기업가를 많이 배출한 국가는 빠르게 성장, 발전하였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퇴보했다.

산업혁명 초기에 뒤쳐져 있던 독일이 유럽의 강자로 부상하게 된 것도 지멘스와 바이엘처럼 뛰어난 기업가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고, 일본이 빠르게 산업화를 이루어낸 것도 무려 500여개의 기업을 세운 시부사와 에이치 같은 탁월한 기업가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오늘날 미국이 최고의 선진국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것도 수많은 뛰어난 기업가들이 속속 등장하여 새로운 혁신을 선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고, 한때 세계의 찬사를 받았던 일본이 쇠퇴하고 있는 것도 혁신적 기업가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도 기업가들의 힘이며, 미국과의 대결을 불사하는 힘도 여기에서 나온다. 화웨이와 알리바바, 텐센트와 바이두, 샤오미와 BYD, DJI 등을 세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들이 등장하여 중국경제를 발전시키고 고도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짧은 기간에 산업화를 하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 낸 것도 뛰어난 기업가들의 덕이다.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최종현, 구인회 등등 수많은 기업가들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과감한 결단력과 치열한 도전정신으로 무장해서 산업화를 이루고 한국경제를 발전시켜온 것이다.

근래에도 네이버의 이해진과 카카오의 김범수의 활약으로 자국기업이 만든 검색엔진과 채팅앱을 쓰게 되었고, 배민의 김봉진과 쿠팡의 김범석, 컬리의 김슬아 등과 같은 젊은 기업가들이 등장해서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많은 규제와 여전한 관주도 관행이 기업가들의 꿈을 꺾고, 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철폐를 소리 높여 부르짖어 왔지만 규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말로는 민(民)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사농공상의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기업가를 노동자를 수탈하는 자본가로 보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적지 않음도 자주 느끼게 된다.

최근에 있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서 우리는 기업의 힘과 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깊이 실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만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키워오기까지 흘렸던 수많은 땀방울과 고뇌어린 인내의 과정에 대해서는 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계속적인 적자를 무릅쓰고 미래를 향한 투자를 해 온 신념과 혜안이 있었기에 오늘의 결과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기업가를 춤추게 하자. 마음껏 창조하고 혁신하며 활약하게 하자. BTS와 봉준호, 손흥민과 류현진 이상으로 기업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자. 그리하여 우리의 젊은 세대들에게 이 나라가 “헬 조선”이나 “이생망”이 아닌 자랑스럽고 뿌듯한 나라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자.

이형주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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