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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택문제의 본질,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다

건설경제연구원 2020.09.18

주택가격의 안정, 주택시장의 안정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여당에게 늘 핵심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주택가격과 전월세가격의 급등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지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제시한 스무 번이 넘는 대책들이 성과를 내기는커녕 점점 더 시장을 꼬이게 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연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진단과 처방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공급확대로 풀어야할 문제를 수요억제로 풀겠다고 나선 결과이고,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풀어 가야할 문제를 경제원리가 아닌 이념적 시각으로 다루어 온 때문이다. 경제문제를 정치문제로 접근한데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누누이 강조해 온 것처럼 보다 나은 주거환경,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주택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와 열망은 그 어떤 수단으로도 억누르기 힘들다. 강력한 억제책이 등장하면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오르곤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이래 여러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효과가 단기에 그쳤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이다.

정부는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문제는 주택의 절대수가 아니라 살고 싶은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도시주택의 태반을 차지하는 아파트는 2006년 이전과 이후가 판이하게 다르다. 2005년 12월 건축법 개정으로 발코니확장이 합법화되면서 2006년부터 이를 반영한 새로운 평면의 주택들이 등장하였고, 확장된 발코니 면적으로 인해 전혀 다른 차원의 주택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발코니 확장후의 33평 주택은 종전의 38평 이상의 활용면적을 갖게 되었고 평면구성도 훨씬 다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민간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에 의해 주택의 수준이 계속 발전하고 향상됨으로써 최근에 건설된 주택단지는 조경과 외관디자인은 물론 피트니스, 수영장, 사우나, 골프연습장 등과 같은 다양한 체육시설에서부터 주민전용도서관, 개인독서실과 취미활동실, 게스트하우스와 스카이라운지 등과 같은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갖추고 있어 종전의 주택과는 차원이 다른 향상된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아 주거수준이 향상된 고품질의 주택에 거주하고자 하는 수요는 급증한 반면, 박원순 시장 취임이후 지속된 재개발 · 재건축에 대한 규제로 추가적인 공급이 제한되면서 이들 새롭게 재건축된 단지의 고품질 주택의 희소성이 커지게 됨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게 된 것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처럼 지은지 40년이 넘은 대단지들이 진즉에 재건축되고, 한남동 등에 재개발이 이루어져 고품질 주택의 공급이 확대되었더라면 그처럼 급격한 가격상승은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현 정부의 잘못된 처방이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를 높이게 되었고, 섣부른 분양가 규제는 로또청약을 양산함으로써 정부가 앞장서서 투기판을 만들어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현 정부 출범 초기 주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할 때 수요억제가 아닌 공급확대에 초점을 두고 앞서 언급한 단지들처럼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재개발 · 재건축을 촉진하고, 용적률도 대폭 높여서 양질주택의 공급을 늘리는데 진력했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주택가격 급등으로 인한 혼란과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한결 덜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정된 면적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아야 하는 도시에서 입지가 양호한 토지는 희소성이 클 수밖에 없으므로 그 토지가치가 극대화되도록 적극적으로 활용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오래된 중·저층 단지들의 재건축을 촉진하고, 낙후지역의 재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 주거환경이 양호하고 생활여건이 편리한 토지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대폭 높이고 층고규제를 완화해서 고밀개발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함과 아울러, 토지비 부담을 낮추어 저렴한 주택공급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한 용도지역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를 통해 종상향과 용도지역 전환을 추진함으로써 주택공급을 촉진해 나가야 한다.

정부도 3기신도시 개발을 통해 주택공급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요가 있는 곳, 즉 선호도가 높은 도심지내에 새집 공급을 대폭 늘리는 획기적 방안이 강구되지 않고는 주택가격의 안정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이생집망”이라는 젊은 세대들의 극심한 좌절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모든 터부와 금기를 떨쳐내고 주택공급 확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젊은 세대들의 한숨소리를 낮추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모든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이 형 주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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