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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서울 도심 주택 공급난에 콤팩트시티가 단비

건설경제연구원 2020.12.22

서울시는 2018년부터 도심 속 유휴부지를 활용해 공공주택과 생활 기반시설을 복합적으로 개발하는 ‘콤팩트시티’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서울 강동구 강일동 버스차고지 등에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중랑구 신내동의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사업, 서대문구 연희동과 은평구 증산동의 빗물펌프장 복합개발 사업 등도 진행 중이다.

버스차고지·빗물펌프장 등 활용
주택과 생활기반시설로 복합개발
땅값은 거의 제로, 건축 원가 절감
맘카페 등 시설은 인근 주민에 개방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선 콤팩트시티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콤팩트시티에 주목했다.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을 요약했다.

그린벨트 풀지 않고 신속하게 주택공급

▶김세용 SH공사 사장=2018년 1월 취임했는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강남 대체 공급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까지 논의됐다. 그린벨트는 해제 여부를 떠나서 과연 공급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미 손상돼 녹지 역할을 못 하는 곳은 해제해도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오는데 말 그대로 ‘벨트’의 기능이 중요하다. 서울을 감싸는 형태의 그린벨트는 그 자체로 환경보존 역할을 하는 거다. 그래서 도심 알짜 부지에 신속하게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김동주 연세대 연구교수=선진국에서는 이미 콤팩트시티 같은 형태의 주택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선 교통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환경문제가 부각되자 (콤팩트시티를) 시작했다. 서울처럼 빈 땅이 없는 곳에서 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나 역세권의 개발도 가능하고 지역 내 커뮤니티까지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이다.

여러 계층 섞이는 ‘소셜믹스’ 효과 기대

▶김 사장=단순히 용적률을 높여서 고밀 개발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 차량 부지나 공용주차장, 버스 전용 차고지 같은 저이용 부지를 활용하자는 거다. 그린벨트를 해제한 것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은 물량을 지을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주민센터, 소방서, 경찰서 부지 등도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용이다. 공공소유이기 때문에 땅값이 거의 제로다. 건축 원가가 적다는 의미다.

▶남순성 한국건설계측협회장=선진국에선 도시가 확장되면서 교통 수요가 늘고 환경문제가 발생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콤팩트시티를 시작했다. 대부분 선진국의 도시화율은 90% 이상이다. 일본은 95%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인 상황이다. 서울은 메가시티이자 콤팩트시티가 될 수 있다. 효율이 떨어지는 토지를 개발해서 토지 효율성을 높이면 자연스레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고밀 개발하고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김 사장=(콤팩트시티는) 땅값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 임대주택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을 도입할 수 있다. 건축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입지도 좋다. 예컨대 2층짜리 주민센터 건물을 헐고 20층으로 만들어서 저층 일부는 주민센터가 쓰고 나머지는 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거다. 질적 공급을 해보자는 취지다. 서울에 주민센터만 400여 곳이 있다. 구로구 오류동은 이미 완공해서 이달 입주한다. 낡은 주민센터는 깨끗해지고 임대주택도 생긴다. 수영장이나 맘카페 같은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어 주민에게 개방하려고 한다. 관리비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자연스레 ‘소셜믹스’(사회 계층 혼합)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발비 부담 등 현실적 문제도 고려해야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미국 뉴욕에서 아주 작은 집을 봤다. 정말 작은 공간인데 생활이 불편하지 않다. 갑자기 침대가 사라지면서 차 마실 공간이 나오는 식이다. 콤팩트시티를 조성하면 도심에 인공적이지만 녹지가 생기게 된다. 옥상정원 등이다. 가장 좋은 경관은 자연이지만 인공적으로라도 녹지를 누리려면 디자인적 요소가 많아야 한다. 한국형 콤팩트시티를 특화하려면 나름의 원칙이 필요하다.

▶김 사장=청년의 경우 행복주택에서 최대 6년간 살 수 있다. 어쨌든 6년마다 이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때마다 가구를 다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 침대·책상·에어컨과 같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다. 콤팩트시티는 슬리퍼를 신고 나가면 10분 안에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는 곳에 조성하자는 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하고 있다.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하려 한다.

▶남 회장=임대주택을 고급화해서 누구나 살고 싶은 집으로 만드는 것은 좋다. 그런데 이 개발비를 누가 낼 것인가, 고급스러운 부대시설을 만들었는데 유지 관리비는 누가 내느냐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입주 대상을 정확히 할 필요도 있다. 극단적인 얘기지만 젊은이와 노인이 한 단지에 섞여 사는 것은 분명 시너지 효과가 있다. 하지만 빈자와 부자가 섞여 사는 것이 좋은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억지로 ‘소셜믹스’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정리=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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